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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없는 삶? 상상 못해"…'노동계 신주류' 택배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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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없는 삶? 상상 못해"…'노동계 신주류' 택배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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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0.03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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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명절을 앞두고 경북 포항시 남구 한 택배업체 지점에서 택배기사들이 배송할 물품을 분류하고 있다. 2020.9.24/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서울=뉴스1) 심언기 기자 =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유통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택배·배달 기사 수가 매년 가파르게 늘고 있다. 일상생활에 물류 업종이 미치는 파급력이 커지다보니 이들의 위상도 크게 달라져 '노동계의 신주류'로 급부상하고 있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이달초 택배 노동자들이 분류작업을 거부하겠다고 밝히자 물류업계는 발칵 뒤집혔다. 분류작업 거부가 현실화될 경우 코로나19로 늘어난 택배 물량에 명절 특수까지 겹쳐 '물류대란'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정부가 현장점검에 나서는 한편 1만여 명을 분류작업에 긴급 투입하기로 하고, 물류업체들이 처우개선 등을 약속하면서 가까스로 사태는 봉합됐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택배 근로자들은 향후에도 분류작업 투입 관행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택배 근로자들은 이같은 요구가 과중한 업무부담에 부당한 추가근로를 강요하는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선 불가피하다고 설명한다. 올해 상반기에만 택배근로자 9명이 사망했는데, 이중 7명이 과로사일 정도로 살인적인 노동강도에 시달린다는 주장이다.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출혈경쟁도 마다하지 않는 국내 온라인 시장과 물류업계도 이들의 요구를 마냥 외면할 수 없는 처지다. 택배기사 확보가 배송능력 확대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과거와 달리 택배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설립해 단체행동에 나서는 등 조직력을 차츰 갖춰나가면서 이들의 목소리는 더 힘을 얻고 있다.

택배 근로자들을 바라보는 국민 시선이 우호적이란 점도 무형의 힘으로 작용한다. 간편하고 신속한 배송 패턴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에게 있어 택배 없는 일상은 이미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됐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밤, 심지어 새벽에도 택배를 받아볼 수 있는 시스템은 '택배기사 덕분'이라는 인식이 전반적으로 넓게 퍼져있다.

아파트 진입거부 '갑질'이나 열악한 처우, 과중한 업무에 따른 과로사 등 사례가 심심치 않게 보도돼 심정적으로 이들 동조하는 이들이 많은 점도 택배 근로자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한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제조업 노동자들이 두 거대노총을 떠받치며 노동운동을 주도해왔지만 이제는 배송 관련 직종의 영향력이 높아지는 추세가 뚜렷하다"며 "노동계 주류 세력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제조업 직군이 파업해도 소비자나 일반 국민이 이를 실제 체감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지만 택배 근로자의 파업은 즉각적으로 피부에 와닿게 된다"며 "국민들이 그들의 주장에 더욱 귀 기울이고 신경쓸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택배 근로자의 영향력 확대는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의 열악한 처우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동규제를 피하기 위해 택배 업체들은 대부분 택배 근로자들과 동등한 사업자 관계로 계약을 한다. 실제 하는 일은 택배회사에 속한 근로자나 마찬가지지만 표면적으로는 각 근로자가 개인사업자 지위를 갖는다.

이는 역으로 택배 근로자들이 집단행동에 나설 경우 택배회사가 대응할 수단이 사라지는 역설을 낳았다. 파업시 필수인력 지정 등의 최소한 대응조차 불가능해기 때문이다.

물론 단체행동을 주도한 이들에 대해선 이후 물량배정 등으로 불이익을 주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배송기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힘의 균형추는 점차 사측에서 택배근로자에게 넘어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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